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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후회는 진짜일까? – 동물 감정에 대한 과학적 해석

data-find-blog1 2025. 2. 8. 14:05

1. 후회를 느끼는 동물? – 감정 연구의 새로운 지평

사람은 실수를 하거나 더 나은 선택을 놓쳤을 때 후회를 느낀다. 그렇다면 강아지도 후회라는 감정을 경험할까? 전통적으로 동물의 감정은 단순한 본능적 반응으로 간주되었지만, 최근 연구들은 동물 역시 복잡한 감정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기쁨이나 슬픔뿐만 아니라, 질투, 죄책감, 심지어 후회까지도 동물이 느낄 수 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후회(regret)는 ‘과거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으며,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다’는 인지적 인식과 정서적 반응이 결합된 복합 감정이다. 인간은 이를 통해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고, 결정 전략을 개선한다. 반면, 동물에게 이러한 인지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행동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발달로, 동물이 특정 자극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사례들이 점차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동물도 과거의 선택을 평가하고 나름의 ‘감정적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글에서는 강아지가 후회와 유사한 감정을 느낄 가능성을 과학적 관점에서 탐색하고, 관련 연구 사례를 통해 동물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강아지의 후회는 진짜일까? – 동물 감정에 대한 과학적 해석

 

2. 실험으로 살펴본 후회 반응 – 강아지는 실수를 기억할까?

강아지가 후회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양한 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뉴욕시립대(CUNY)의 실험심리학자 알렉산드라 호로위츠 박사는 반려견의 표정과 행동을 분석하여 후회 감정의 단서를 찾았다. 그녀의 실험에서 보호자가 없는 동안 강아지가 금지된 음식을 먹었을 때, 이후 보호자가 돌아와 꾸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 있는 표정’을 보이는 경우가 자주 관찰되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두 가지 보상을 제시하고 강아지가 선택한 뒤, 선택하지 않은 보상이 더 매력적이었음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 일부 강아지는 더 평범한 사료를 선택한 후, 맛있는 간식을 놓친 상황에서 주위를 맴돌거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행동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학습 이상의 감정 반응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인의 실망스러운 반응 이후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관찰되어, 결과에 대한 감정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실험들은 강아지가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을 재평가하며, 그에 따른 정서적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반복된 실수 상황에서 강아지가 점진적으로 행동을 수정하는 모습은, 단순한 조건반사나 처벌 회피 차원을 넘어서, 상황에 대한 인지적 판단이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이전 경험을 기반으로 위험 회피 행동을 보이는 것은 후회와 유사한 정서적 학습 메커니즘일 수 있다. 따라서 강아지의 감정을 단순히 본능이나 훈련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3. 후회의 뇌과학 – 강아지의 신경 반응은 인간과 유사할까?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인간의 경우, 후회는 주로 전두엽과 복 측 선조체(보상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 후회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계획하고 자기반성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이 복합적인 뇌 활동 덕분이다.

강아지에게도 유사한 뇌 구조가 존재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최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 신경과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애틀랜타 에모리대학의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 박사는 보호자의 체취에 반응하는 강아지의 뇌를 분석한 결과, 보상과 쾌락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선조체가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강아지가 단순 자극 이상의 정서적 감정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신경학적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연구는 영국 링컨 대학교(Lincoln University)의 다니엘 밀스 교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들은 강아지가 실수 후 주인의 정서 반응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달라지는지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꾸중을 들은 강아지는 보상 상황보다 명백히 더 높은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행동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후회와 유사한 감정 상태가 강아지의 행동 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강아지는 인간의 표정과 억양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인의 감정 상태를 해석해 행동을 조절한다. 주인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본 후 행동을 중단하거나 움츠리는 모습은 단순한 학습 이상의 정서적 인지를 시사할 수 있다. 이러한 신경학적 기반의 연구들은 강아지도 특정 자극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그 경험을 기억해 다음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생물학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인간처럼 복잡한 자기반성과 장기적 계획이 개입된 후회는 아닐 수 있지만, 유사한 신경 반응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동물 감정 연구에 의미 있는 진전을 제시한다.

4. 강아지의 감정을 존중하는 소통 – 후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강아지가 후회와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이를 인간의 ‘후회’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강아지는 현재의 자극과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학습하는 존재다. 즉, 후회에 가까운 감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처럼 과거에 대한 인지적 성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강아지의 행동을 감정적인 신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수한 강아지를 단순히 혼내는 대신, 그 상황에서 어떤 학습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실수를 한 뒤 주인의 기분을 살피거나 몸을 낮추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처벌 회피 행동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감정적 조절의 한 방식일 수 있다.

긍정적 강화 훈련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강아지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주는 방식은 후회 같은 감정을 최소화하면서도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 반면, 반복적인 처벌은 강아지에게 불안과 혼란만을 줄 수 있으며, 보호자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특히 보호자의 반응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강아지는 상황을 명확히 해석하지 못해 더 큰 정서적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야말로, 반려견의 감정 표현과 학습을 건강하게 이끄는 열쇠가 된다.

 

강아지가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후회를 느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후회와 유사한 감정을 인식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동물 감정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단순히 훈육하는 보호자가 아니라, 감정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감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반려견과의 유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