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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하루, 잊힌 생명 – 유기견의 하루를 따라가다

data-find-blog1 2025. 10. 15. 10:00

1. 버려진 순간의 공포 – 유기견이 맞닥뜨리는 첫 현실

하루아침에 길 위로 내몰린 강아지는 자신이 왜 낯선 곳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익숙한 냄새가 사라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가족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 순간부터 유기견의 하루는 본능적인 생존의 시간으로 바뀐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맡겨두는 것뿐’이라거나 ‘다른 사람이 데려가겠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실제로 보호소나 다른 손길이 닿기 전까지 유기견의 하루는 극심한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하다. 개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표정, 목소리, 냄새로 안정감을 얻는데, 그 모든 신호가 사라지면 극도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유기 직후 강아지들은 대부분 길가나 근처 공원, 상가 주변을 떠돈다. 주인을 기다리듯 같은 자리를 며칠이고 지키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은 없고, 차와 사람, 소음이 가득한 도시의 거리는 그들에게 적대적인 공간이다. 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하거나, 다른 유기동물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며,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버려지며, 이 중 상당수가 보호소에 도착하기 전 거리에서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유기된 강아지는 단순히 집을 잃은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신뢰의 붕괴를 경험한다.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화된 개일수록, 버려짐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경험이 된다. 보호소 자원봉사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처음 구조된 아이들은 눈빛이 비어 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냄새 속에 갇힌 유기견들은 며칠 동안 먹지 않고 웅크린 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하루는 ‘기다림’과 ‘혼란’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종종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향한 끝없는 기다림이 된다.
그들은 매 순간 바람에 실린 발소리와 자동차 소리마다 고개를 든다. 혹시라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릴까 하는 마지막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그 희망조차 며칠, 몇 주가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고, 눈빛은 점점 텅 비어간다. 인간이 남긴 공허 속에서, 유기견의 하루는 그렇게 끝나간다.

버려진 하루, 잊힌 생명 – 유기견의 하루를 따라가다

2. 보호소의 하루 – 구조 이후에도 이어지는 싸움

운이 좋아 구조된 유기견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보호소로 옮겨진다. 하지만 그곳이 곧 안식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보호소는 만성적인 과밀 상태다. 좁은 철장 안에 여러 마리가 함께 지내며, 서로 낯선 냄새와 스트레스 속에 위협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하루에 수십 마리의 유기동물이 들어오지만, 입양으로 나가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관리 인력은 부족하고, 예산은 제한적이다. 냄새, 짖음, 질병 등으로 열악한 환경에서의 하루는 생존 그 자체다.

보호소의 하루는 반복적이다. 아침이면 사료와 물이 교체되고, 대소변 청소가 이어진다. 자원봉사자들이 들어와 목욕과 산책을 시키기도 하지만, 하루 수십 마리를 상대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사람의 손길이 그립지만, 동시에 낯선 이의 접근에 겁을 먹은 유기견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일부는 트라우마로 인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또 일부는 그저 아무런 반응 없이 구석에 웅크린다. 그들의 하루는 ‘살아남는 것’과 ‘기억되지 않는 것’의 경계 위에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잔인한 현실은 ‘공고 기간’이다. 법적으로 정해진 일정 기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보호소는 다음 단계를 선택해야 한다. 일부는 민간 단체로 이송되지만, 공간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드는 시기—특히 명절 전후, 휴가철 이후에는 유기 동물이 급증하면서 안락사율도 함께 높아진다. 이는 보호소가 비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넘쳐나는 생명’을 감당할 사회적 구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케이지 문이 열리고 닫히며, 어떤 개는 새로운 삶을 향하고, 어떤 개는 마지막 길을 간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단지 ‘공간의 여유’와 ‘인간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보호소의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문,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의 종착지다. 그 잔인한 양면성 속에서 오늘도 수많은 생명이 조용히 사라진다.

 

3. 입양의 길 – 새로운 가족을 찾기까지

유기견의 하루 중 가장 극적인 변화는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보호소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은 사람을 향한 신뢰를 잃은 경우가 많다. 낯선 손길에 경계하고, 소리에 쉽게 놀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입양 희망자들은 종종 ‘이 아이가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며 포기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상처의 언어’다. 유기견의 트라우마는 학대나 방임으로 인한 깊은 상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입양 절차 또한 단순하지 않다. 책임 있는 입양을 위해 보호소는 면담과 가정 방문을 진행하고, 일부 단체는 입양 후 사후관리까지 한다. 이는 유기견이 다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귀찮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 충동적인 입양이 줄어드는 대신 입양률이 낮게 유지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일부 보호소에서는 입양보다 ‘임시 보호(위탁)’가 더 활발히 이뤄진다. 임보자는 일정 기간 강아지를 돌보며 사회화 훈련을 돕고, 이후 새로운 가족을 찾도록 지원한다. 이 제도가 확산된다면 유기견의 심리적 회복과 입양 가능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입양된 이후에도 새로운 가정에서의 하루는 ‘재적응’의 시간이다. 어떤 강아지는 처음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구석에 숨어 지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꼬리를 흔들며 사람의 품으로 다가온다. 신뢰는 그렇게 천천히 회복된다. 유기견을 입양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처음엔 눈빛이 슬펐는데, 이제는 웃어요.” 그 한마디 속에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주는 정서적 치유가 담겨 있다. 입양은 구조의 끝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다.
입양은 인간이 동물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관계의 회복이다. 외로움과 상처로 닫혀 있던 마음들이 만날 때, 유기견은 가족이 되고 사람은 더 나은 인간이 된다. 그렇게 유기견의 하루는 ‘버려진 하루’에서 ‘사랑받는 하루’로 바뀐다.

 

4. 인간의 책임 – 보이지 않는 하루를 기억하기 위해

유기견의 하루를 따라가 보면, 그들의 고통이 결코 ‘개인적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는 인간 사회가 만든 구조적 문제다. 반려동물 산업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책임 의식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귀엽다는 이유로 입양하고, 번식과 판매를 반복하며, 결국 감당할 수 없을 때 버리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SNS에서는 귀여운 강아지 영상을 수없이 소비하지만, 그 뒤의 현실에는 버려진 생명들이 있다. 우리가 보지 않는 하루가, 그들에게는 전부다.

유기견 문제는 제도와 인식이 함께 변해야 해결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소 예산을 확대하고, 민간 보호소와 협력하여 의료·훈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유기 행위를 법적으로 엄격히 다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교육이다. ‘동물은 가족이다’라는 문장이 진심이 되기 위해서는, 생명을 소비하는 문화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도 실질적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유기견의 하루를 외면할 때, 그 하루는 반복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순간, 그들의 하루는 달라질 수 있다. 봉사, 기부, 입양, 작은 관심 하나가 그들에게 ‘내일’을 만들어준다. 한 보호소 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생명을 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주는 거예요.”
유기견의 하루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그 하루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인간이 늘어날 때, ‘버려진 하루’는 ‘기억되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진짜 반려의 윤리이며,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따뜻한 유산이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의 책임이란 거창한 도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생명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 마음 하나가 또 다른 하루를 구하고, 또 다른 생명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