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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콘텐츠의 윤리학 – 귀여움 뒤에 감춰진 진실

data-find-blog1 2025. 4. 12. 20:00

 

반려견 콘텐츠의 윤리학 – 귀여움 뒤에 감춰진 진실

1. 반려견 콘텐츠의 현실 – 귀여움이 만든 고통

반려견 콘텐츠는 이제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소비된다. 보호자들은 SNS나 유튜브에서 반려견의 귀여운 모습을 공유하며 일종의 '디지털 육아일기'를 만들고, 때로는 인기와 수익을 목적으로 촬영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는 단지 일상의 기록이나 애정 표현을 넘어서, 동물의 존재를 연출 가능한 상품으로 바꾸어 놓는다.

귀여운 옷을 입히거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간식을 반복적으로 주거나, 촬영에 익숙해지도록 반복 훈련을 시키는 방식은 동물의 자율성과 스트레스 반응을 무시한 채 진행되곤 한다. 실제로 2023년 일본의 유명 반려견 계정 '하루짱의 하루'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매일 5건 이상의 촬영 콘텐츠를 올리다, 반려견이 식음을 전폐하고 탈모 증세까지 보이며 SNS 활동을 중단한 사례로 보도되었다. 이처럼 콘텐츠를 위한 연출이 반복될 경우, 강아지의 생리적 리듬과 정신 건강 모두가 손상될 수 있다.

2. 피터 싱어의 시선 –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서의 반려견

윤리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에서 '쾌고 감수성(sentience)', 즉 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는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은 반려견이 인간처럼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더라도,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함을 뜻한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촬영 환경이 불편하거나 반복적인 연출로 인해 스트레스가 유발된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SNS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는 구조에서는 반려견의 놀라는 모습, 억지 행동, 과장된 반응 등이 오히려 조회수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보호자는 이러한 알고리즘의 유혹 속에서 동물의 상태보다 조회수와 반응을 우선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싱어는 이처럼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동물을 도구화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사회 전체의 도덕적 기준이 무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려견의 쾌고 감수성을 존중하지 않는 콘텐츠는 결국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싱어는 인간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종 차별주의(speciesism)'의 태도가 이런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본다. 이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인위적 도덕 경계를 의미하며, 동물이 인간과는 다른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경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반려견 콘텐츠가 유행하는 문화 속에서, 이러한 종 차별주의는 반려견의 감정과 고통을 콘텐츠 재료로만 인식하게 만들며, 윤리적 무감각을 확대시킬 수 있다. 결국 싱어는,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의 도덕성을 반영하며, 반려견 콘텐츠에서도 이를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 톰 레건의 경고 – 존중받아야 할 삶의 주체

톰 레건(Tom Regan)은 『동물의 권리(The Case for Animal Rights)』에서 동물을 '삶의 주체(subject-of-a-life)'로 규정한다. 그는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욕구, 감정, 기억, 선호를 가진 존재이며, 그 자체로 내재적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따라서 동물은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로만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반려견은 콘텐츠의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귀여운 모습을 강조하는 콘텐츠는 때로는 보호자의 해석에 따라 반려견의 성격이나 감정이 꾸며지기도 한다. 레건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동물의 고유한 정체성을 왜곡하고, 하나의 '캐릭터'로 소비하게 만드는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반복적인 캐릭터 설정이나 연출된 표정, 특정 역할을 강요하는 방식은 동물의 삶을 인간의 스토리텔링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려견이 '삶의 주체'임을 인정한다면, 콘텐츠 제작은 그들의 일상과 감정, 리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레건의 주장은 동물에게도 윤리적 고려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 중심적인 사회 구조에 경종을 울린다. 반려견이 단지 인간의 기쁨이나 감정적 위로를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자유와 존엄을 무심코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콘텐츠의 소비는 곧 윤리의 실천이며, 반려견의 존재를 존중하는 문화가 진정한 디지털 반려 문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4. 윤리적 반려문화의 전환 – 철학에서 실천으로

이제 반려견 콘텐츠는 귀여움을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문화적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단순한 취미나 기록이 아니라, 조회수와 수익이 걸린 구조 속에서 반려견은 하나의 콘텐츠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철학적 성찰을 실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컨디션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동물의 감정과 피로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SNS 플랫폼은 과도한 연출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며, 시청자 역시 단순한 귀여움이 아닌, 그 이면의 윤리적 맥락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 교육과 윤리 감수성을 갖춘 콘텐츠 제작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며, 반려견의 복지를 보장하는 자율 가이드라인 마련도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호자는 단순한 기록자가 아닌 반려견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다.

피터 싱어와 톰 레건이 던진 질문들은 단지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우리의 손끝에서 실현되는 현실 윤리의 문제다. 진정한 반려는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중받는 것에서 시작된다.